엘레지 (ft. 홀로 우주에 떠있는 듯한 고독함을 느낀다면?)
엘레지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3중주 제2번 d단조를 이른다. 이 곡이 탄생한 배경은 1893년 러시아에서 세계가 주목하던 음악계의 거장, 차이콥스키가 황망하게 세상을 떠나는 비극을 배경으로 한다. 차이콥스키를 친구이자 정신적 멘토로 삼고 있던 라흐마니노프는 이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고, 그를 향한 슬픔과 추억을 음악에 담고자 펜을 든 것이다. 이 곡은 우리에게 비가 혹은 슬픔의 3중주로도 알려져 있다.

실제로 차이콥스키는 생전에 라흐마니노프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며 그의 음악이 세상에 알려지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라흐마니노프가 20대의 어린 나이에 클래식계의 스타가 될 수 있었던 것에 차이콥스키가 크게 일조한 것이다. 둘은 20대와 50대라는 나이를 넘어 굉장히 돈독한 관계였는데, 라흐마니노프의 교향시 바위, Op7에 차이콥스키는 감탄하며 직접 연주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전할 정도이다.

룩스 트리오에 따르면, 홀로 우주에 떠있는 듯한 고독함, 철저하게 외롭고 차가운 느낌, 그리고 그와는 완전히 대조되는 충만한 사랑,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온화함이 엘레지 곡에 녹아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자신이 고독감과 외로움을 느낀다면, 그럴수록 이 곡을 듣는 것이 역설적이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적으로 우리는 이에 카타르시스와 공감을 느껴 우리의 감정이 위로받을 수 있다.
엘레지를 듣는 동안 우리는 약 50분이라는 시간 동안 쉴 틈 없이 수많은 감정 갈등이 생기고 또 그 갈등이 더욱 복잡하게 얽히면서 부딪히는 경험을 할 것이다. 또한 이와 더불어 해소되는 감정을 느끼기도 하며 종국적으로 우리에게 말 없는 위로의 감정이 전해진다.

엘레지는 차이콥스키가 1881년 루빈스타인에게 헌정한 피아노 3중주 a단조, Op50 어느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을 모델로 삼았다.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을 1893년 10월부터 12월까지 2개월에 걸쳐 작곡하였고, 1894년 1월 자신이 직접 피아노 파트를 맡아 모스크바에서 초연하였다. 라흐마니노프는 이 곡에 관해 모든 악구를 쓰면서 전율하였고, 때로는 모든 부분을 완전히 지우고, 다시 생각하고 또다시 생각하며 곡을 썼다고 말했다. 지인에게 보내는 서신에서는 진실한 마음으로 온 정신을 집중하여 나의 모든 감정과 힘을 쏟았다고 적기도 했다.

엘레지의 1악장은 차이콥스키의 장례식을 상상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우울한 음색으로 시작한다. 피아노와 현악기가 같은 구절을 연속으로 반복하는 부분은, 너무 슬픈 나머지 어떤 일에도 손댈 수 없어 모든 상황이 멈춰버린 상태를 묘사하는듯하다. 한편 2악장은 피아노가 한 가지 선율을 여섯 가지의 변형된 형태의 선율로 제시하는 변주 악장이며, 3악장은 포르티시모의 거칠고 극적인 감정이 전해진다. 마지막으로 관련 유튜브 영상을 하나 첨부하고 글을 맺겠다.